맥북 역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M 시리즈가 아니라 아이폰 16 프로에 들어가는 그 칩, A18 Pro가 맥북에 실렸다. 6코어 CPU, 5코어 GPU, 16코어 뉴럴 엔진. 스마트폰 칩이라고 코웃음 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텔 Core Ultra 5 탑재 윈도우 노트북 대비 일상 작업에서 최대 50% 빠르고, 온디바이스 AI 작업에서는 최대 3배 빠르다는 게 애플의 주장이다. 팬리스 설계라 소음은 제로. 카페에서 키보드 소리만 들리는 그 고요함이 보장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 RAM은 8GB 고정이고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26년간 웹을 만져온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이 사양으로 Docker를 올리거나 로컬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빌드하겠다는 생각은 접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이 기기의 존재 이유도 아니다.
그래서 맥북 네어, 누가 살까?
대학생, 혹은 '맥을 써보고 싶었던' 사람들 솔직히 말하면 이 기기의 1순위 타깃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맥북 가격표를 보고 창을 닫았던 사람들이다. 교육 할인을 적용하면 85만 원. 크롬북이나 저가형 윈도우 노트북을 저울질하던 대학생에게 이 가격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숫자가 된다. 과제 작성, 웹서핑, 넷플릭스, 그리고 Apple Intelligence를 활용한 요약이나 번역까지. 캠퍼스 라이프에 필요한 건 거의 다 된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디스플레이를 가진 노트북은 사실 없지.
아이폰 유저인데 노트북은 윈도우인 사람 아이폰 미러링, 핸드오프, 유니버설 클립보드. 이런 단어를 들어는 봤지만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맥북 네오는 이 사람들을 애플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가장 낮은 문턱이다. 아이폰에서 복사한 텍스트를 맥북에서 바로 붙여넣고, 아이폰 화면을 맥북에서 그대로 조작하는 경험은 한 번 맛보면 돌아가기 어렵다. 솔직히, 애플워치로 맥북 잠금해제 되는 건, 정말 편해.
세컨드 맥이 필요한 개발자나 크리에이터 나 같은 개발자에게 메인 머신이 될 수는 없다. 8GB RAM에 USB-C 포트 2개로는 외장 모니터 하나 꽂고 나면 포트가 없다. 하지만 외근이나 미팅에서 꺼내 쓰는 서브 노트북으로는 꽤 매력적이다. 1.23kg이라는 무게는 가방에 넣었다 뺐다 하기에 부담이 없고, 클라이언트 앞에서 시안을 보여주거나 간단한 코드를 수정하는 정도는 충분하다. 미팅 장소의 모니터에 C타입으로 연결해 캔바에서 작업한 파일을 보여주거나 터미널로 접속해 바이브 코딩하는 용도로는 충분하지.
맥북 네오와 함께하는 일상
카페에서 리포트를 쓰는 대학생의 책상 위. 시트러스 색 맥북 네오 옆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놓여 있다. 16시간 배터리 덕분에 충전기를 챙기지 않아도 하루를 버틸 수 있다. Apple Intelligence로 긴 논문을 요약하고, Safari에서 참고 자료를 띄워두고, Pages에서 글을 쓴다. 이 정도면 99만 원짜리 노트북이 해야 할 일은 다 한 셈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지하철에서 인디고 색 맥북 네오를 꺼내 Canva로 SNS 카드뉴스를 만든다. 13인치 Liquid Retina 디스플레이의 10억 색상 지원은 이 가격대에서 꽤 인상적이고, 반사 방지 코팅 덕에 형광등 아래에서도 화면이 잘 보인다. 작업이 끝나면 아이폰으로 핸드오프해서 인스타그램에 바로 업로드한다.
주말에는 넷플릭스 머신이 된다. Dolby Atmos를 지원하는 듀얼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이 가격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 침대에 누워서 드라마를 보다가 잠들어도, 다음 날 배터리는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을 거다.
사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
RAM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는 건 다시 한번 강조할 만하다. 영상 편집, 대규모 코딩 프로젝트, 가상 머신 구동처럼 메모리를 많이 쓰는 작업에는 부적합하다. 썬더볼트가 아닌 일반 USB-C 포트 2개뿐이라 외장 장비를 여러 대 연결하는 전문 작업 환경과도 맞지 않는다. 심지어 하나는 USB 2(최대 480Mb/s)야. 키보드 백라이트도 없다. 어두운 곳에서 타이핑하는 일이 잦다면 이건 꽤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256GB 기본 모델에는 Touch ID가 빠져 있다. 매번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게 싫다면 20만 원을 더 내고 512GB 모델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개발자가 본 한 줄 평
26년간 웹 개발을 한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말하면, 맥북 네오는 모든 사람을 위한 맥북이 아니라 맥을 한 번도 써보지 못했던 사람을 위한 첫 맥북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99만 원이라는 가격표 안에서 놀랍도록 잘 해내고 있다. 이렇게 원가 절감과 가격 사이에서 저울질을 잘 하는 기업은 없을 듯.